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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90년생이 온다

by 기이한날개 2022. 2. 20.
제목 90년생이 온다
저자 임홍택
페이지 336
출간일 2018년 11월 16일
ISBN 9791188248674

 

몇 년 전에 큰 화제가 되었던 유명한 책이지만 여태 읽어보지 않아 이번 기회에 완독하게 되었다. 사실 원래 독서를 잘 하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가 90년생인데 굳이 이 책을 통해 90년생에 대해 이해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강해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 같다. 현재 일을 하고 있는 높은 직급의 나이가 많은 분들이 젊은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서 꼭 읽어야하는 책이지, 나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은 아니라고 무의식중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또 책의 제목에서부터 90년생을 뭉뚱그려서 지칭하고 있어 10년의 차이를 가진 사람들을 한꺼번에 일반화시키고 기성세대와 다르다고 단정지으면서 제멋대로 특징을 정의해버리는 것이 아닐까 편견에 가득찬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막상 책을 읽고 나니 나에게 너무 유익하고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했고, 세대 전체의 특징이라고 서술한 것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도로 나 개인의 행동과 사고방식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런 정확한 분석과 이해를 바탕으로 어떤 식으로 90년대생을 대해야 하는지,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을 노력해야 하는지, 그리고 90년대생들이 점차 주된 소비자층이 된 시점에서 어떤 대응방식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기술한 것이 나에게는 큰 공부가 되었다.  

 

생각해보게 된 점

책을 읽고 새로 배우게 된 점이나 생각해보게 된 점을 3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1. 나도 몰랐던 나의 사고 방식, 행동을 이해하게 되었다.

나의 행동이나 사고 방식들을 어떤 방식으로 일관성 있게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배울 수 있었다. 책을 읽기보다는 나무위키의 여러 문서를 건너다니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유튜브 영상을 틀어놓고 댓글란으로 먼저 가 재미있는 댓글이나 하이라이트의 타임스탬프를 찾는 나의 행동들을 '간단하거나 재미있는 것을 선호하는 90년대생의 특징'으로 정리하여 서술하고 있다. 또 워라밸에 대한 중시, 그리고 참여를 통한 본인의 성장에 대한 열망 등을 공감되는 예시를 들면서 90년대생이 이런 특성을 가지게 된 사회 환경이나 성장 배경 등을 짚어주었는데, 나도 몰랐던 나의 행동이나 사고 방식의 근거를 새롭게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2. 역으로 70, 80년대생들의 사고 방식을 이해할 수 있었다.

90년대생이 '이런이런 경험을 하고 이런 사회를 겪었기 때문에 지금의 특성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그러한 배경을 가지지 않은 다른 세대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평소에 당연하고 상식적이며 다른 사람들도 보통 다 이렇게 행동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같은 세대에게만 해당되고, 이전 세대들은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특히 책에서 나온 예시를 통해 같은 상황에서 70, 80년대생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해 서술해놓은 부분을 인상 깊게 읽었다. 회사 생활의 예시에서 누군가에게 연차와 칼퇴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누릴 수 있는 권리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승진이나 좋은 인사고과, 혹은 사내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기꺼이 희생할만한 가치일 수도 있다. 또 물건을 구매할 때 일일이 성능과 가격을 비교해서 가장 저렴하거나 가성비가 좋은 경로로 구매하는 것을 보고 이전에는 째째한 짠돌이라고 생각하고 '그깟 한 푼 아끼기 위해 그렇게까지 해야겠나'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합리적인 소비자, 스마트컨슈머로서 인정받는 행위이고 싼 가격으로 구매하는 방법을 아는 것을 하나의 능력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이전 세대의 행동이나 사고방식이 그저 단순히 구시대적이고 꼰대스러운 것으로 치부하고 무시할 것이 아니라, 그런 행동이 그 시대의 미덕에 맞는 행위일 수 있었음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꼰대라고 불리는 그들은 어쩌면 여태 당시의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들에 맞게 적응해온 것인데 단지 시대가 바뀜에 따라 평가가 바뀌어 버린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선배 세대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가치를 중요시하는지 들여다보면 반대로 그들이 전혀 다른 생활방식을 가진 90년대생을 바라보았을 때 느끼는 당혹감을 헤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꼭 기성 세대의 사고 방식에 맞춰서 행동할 필요는 없을지 몰라도, 그들이 무엇을 기대하는지 이해하고 행동하는 것과 모르고 행동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느낀다. 

 

90년대생으로서 기성 세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후에 또 다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을 미래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90년생이 사회에 막 진출하면서 기성세대의 관습과 사고에 도전하는 시기로 보이지만, 머지않아 90년생들이 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 나름대로의 전통을 만들어내고 새로이 00년생들을 받아들여야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다가올 다음 세대는 나를 비롯한 90년생들과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라왔을 것이고 생각지도 못한 가치관이나 행동의 차이가 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다름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들이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3. 비즈니스적으로 인사나 인재관리 등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가를 배웠다

사실 단순히 90년생에 대한 분석으로 끝났으면 이 책이 그 정도로 주목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즈니스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해야 90년생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반하지 않는지, 어떻게 하면 90년생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을 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정시에 퇴근 시켜주고 주말에 업무 연락을 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참견이 아닌 사원들에게 참여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다양한 업무를 시키면서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주는 것이 90년생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이 기억에 남았다. 보여주기식 업무를 없애고 각각의 업무에 대해 확실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면서 스스로가 노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었는데, 나도 이런 조건들이 잘 지켜지는 회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또 3번째 장 <90년대생이 소비자가 되었을 때>에서는 90년생들의 소비 트렌드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더 간결한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하고 귀찮은 것을 꺼리며 정직함과 솔직함을 중시하는 경향을 잘 파악한 것 같았다. 과자보다 질소가 많이 들어 있는 과자, 소비자를 속이고 무작정 높은 가격에 부품을 팔게 되어버린 용산 전자상가, 대리점 밀어내기와 갑질로 불매운동까지 있었던 남양유업, 국내시장에서만 유독 가격을 비싸게 받는 현대자동차 등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게 된 다양한 상품과 기업들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었다. 책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앞으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가치들을 받아들여 주소비자층이 될 90년생들에게 어필할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무리

사실 나는 사회를 세대로 묶어서 일반화시키는 것에 대한 엄청난 거부감이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개개인은 정말 다르고 세대의 특징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행동을 'xx년생이니까 당연하다, 어쩔 수 없다'고 마음대로 단정지어 판단해버리는 것은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에 있어서는 너무나도 잘못된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나만 하더라도 이렇게 블로그에 주저리주저리 적는 것 부터가 '간단하고 재미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즐기는 90년대 생'의 특징과는 정말로 거리가 멀다는 것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내용에 대해 거부감이 들지 않았던 이유는 아마 책의 방향성 자체가 '90년생을 특징을 규정짓고 일반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세대의 입장에서 조금은 별나보이는 90년생을 최대한 이해하려는 접근을 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분석 자체도 상당히 날카롭고 내가 개인적으로 공감할만한 사례들을 많이 들고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90년생 자녀나 부하를 둔 부모님 세대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이지만, 90년대 또래 친구들에게도 꼭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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