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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일본어] 나에게 맞는 공부 자료 고르기

by 기이한날개 2022. 1. 13.

들어가며

일본어 공부를 하면서, 그리고 독학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배웠던 것 중 하나는 '알맞은 공부 자료 찾기'였다. 처음에 아무런 정보가 없을 때는 인터넷 검색을 해가면서 사람들이 많이 쓰는 교과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정석적인 공부법을 찾으려고 노력을 했다. 동시에 새롭고 더 유용한 자료는 없을까 찾아보기도 했었는데 개중에는 성공적으로 잘 사용한 자료도 있었던 반면 정말 차라리 몰랐으면 시간낭비를 하지 않았을 후회가 남는 것들도 있다. 그리고 일본어 실력이 점점 늘면서 공부와 자료 선택의 자유도가 높아지고 나 스스로 새로운 공부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료 선택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던 것 같다. 

 

나에게 맞는 자료를 찾는 것은 나의 공부 효율에도 큰 영향을 끼쳤고, 일본어 전반에 대한 흥미에도 큰 영향을 끼쳤던 것 같다. 읽어보려고 야심 차게 난이도 있는 책이나 교재를 샀지만 어렵거나 재미가 없어서 제대로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그냥 책장에 장식용으로 넣어둔 책이 지금도 너무나 많다. 반대로 내 수준보다 너무 어렵고 흥미도 없는 자료 중에, 이 자료를 꾸역꾸역 소화해 내면 실력이 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미련하게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던 자료도 있었다. 항상 나에게 적절한 자료를 찾는 게 쉽지는 않다는 게 고민이었다.

 

지금까지의 시행착오들을 돌아보면서 내 나름대로 자료를 고르는 데 도움이 되었던 판단 기준들을 정리해보았다. 앞으로도 공부를 계속 해나가면서 고려하면 공부 자료를 고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 실력에 맞는 자료인가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하면서도 제일 판단하기 힘든 기준인 것 같다. 

사람마다 그 기준이 천차만별이겠지만, 내가 책을 보는 기준으로 따져보면 딱 봤을 때 최소 70~80% 이상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단어든 문법이든 어느 하나가 부족해서 글을 문장 단위로 읽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순간 더 이상 글을 읽는 게 아니라 모르는 한자어가 가득한 일단어장을 보는 느낌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적어도 문맥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가 되는 게 맞는 것 같다.

 

너무 수준이 높은 자료를 선택해버리게 되면 물론 그것을 다 소화해 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이 훨씬 많겠지만 우선 공부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별로 흥미가 없어져버렸다. 그리고 문장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사전을 몇 번씩 찾아봐야 하는 경우 공부가 되기 보다는 노동이 되어버리는 느낌이었다. JLPT N3을 합격하자마자 일본 서점에 가서 어린이용 전래동화집을 읽으려고 산 적이 있었는데, 당연히 일본 초등학생들이 읽을 수 있는 수준의 쉬운 책이라고 생각해서 도전했으나 몇 페이지 지나지 않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문법 자체는 어렵지 않았는데 모르는 단어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한 페이지에 사전을 20-30번씩 찾아봐야 겨우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려운 한자어들이 나온 게 아니고, 히라가나로 된 동물 이름, 과일 이름, 의성어 같은 것들이 생각보다 큰 난관이었다. 

읽어보려고 무작정 구매한 <일본의 옛이야기>

 

아예 어려운 소설도 읽기가 정말 어려웠다. <노르웨이의 숲>이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소설판 같이 인기 있는 소설을 일어 원문으로 읽으려고 많이 시도했었는데, 정말 어려운 한자어가 많고 한 페이지 읽는 데 한 세월이 걸렸다. 그래도 제목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유명한 작품이라 한 번 쯤은 완독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여러 번 시도를 했지만, 네이버 단어장에 단어 수백 개를 저장하고 나서야 결국 나의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깔끔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너무 쉬운 자료도 별로라고 느꼈는데, 아동용 만화나 애니메이션 같이 그림이 주가 되고 글이나 대사가 적은 경우에는 공부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벼랑 위의 포뇨> 만화판을 사서 보는 데 대사는 거의 없고 그림만 많아서 대강의 줄거리는 거의 글씨 없이도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런 매체는 공부하는 자료로 보기보다는 그냥 즐기는 게 좋은 것 같다. 사실 나도 지브리 작품에 대한 팬심에 산 만화책이지 진지하게 이걸 보고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벼랑 위의 포뇨> 만화책

 

나는 대부분 다 이해할 수 있는 자료를 선택해서, 더 꼼꼼히 체크하면서 모르는 부분을 찾아 공부하는 전략이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사실 많은 경우 내가 조금 쉽다고 생각하는 자료도 정말 자세히 보면 모르는 단어나 낯선 표현들이 분명히 있다. 단지 전체적인 내용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책의 경우 모든 단어와 표현을 하나하나 공부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뉴스나 영화 같은 음성 자료는 모든 대사를 이해해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공부하면 집중도 잘 되고 기억에도 잘 남았던 것 같다.

 

관심 있는 주제인가

나는 취미로 독학을 하면서 주로 흥미가 있고 재미 있는 주제와 관련된 자료 위주로 공부를 했다. 

 

관심사라는 건 여러 가지 차원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데, 사회, 정치, 연예, 스포츠와 같이 분류해볼 수도 있고, 일상회화, 경어, 비즈니스 일본어, 고전문학, 신조어 등등 여러 분류로 나눠 볼 수 있는 것 같고, 조합에 따라 다양한 분야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똑같이 일본 취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도 그중에 구인난이라는 사회적 현상과 이를 다루는 뉴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SNS 상에서 일본 대학생들이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고 싶을 수도 있고, 취업할 때 필요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다룬 자기 계발서를 읽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형식이든 관심 있는 분야의 자료여야 더 얻는 게 많고 공부의 동기부여도 잘 되는 것 같다. 나처럼 일본어를 취미를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더라 하더라도 관심 분야에 대한 글이나 자료를 찾아서 공부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 취업을 위해 일본어를 공부하는 사람은 관련된 글이나 면접 준비 영상 같은 걸 찾아보면서 공부하면 더 효과적일 것이고, 일본에서 학교를 다닐 예정인 사람은 관심 있는 강의를 찾아보거나 대학 생활 브이로그 같은 것을 자주 보면 자연스럽게 각각의 상황에 맞는 일본어에 익숙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처음에 정말 최대한 다양한 주제에 대해 박학다식해지면 좋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하고 분야 가리지 않고 공부하려고 했었는데, 관심 없는 자료에 대한 의욕의 한계를 느꼈다. 서점에서 유럽의 전쟁사를 정리해놓은 책을 사서 읽으려고 한 적이 있는데, 평소에 전혀 관심 없던 분야의 책이라 나라 이름 몇 개 검색해보고 책장에 모셔두게 됐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유럽의 전쟁사는 한국어로도 안 읽는 주제여서 일본어로 읽을 수 있을리가 없는 게 당연한 건데 책의 디자인과 일러스트가 너무 좋아서 나도 모르게 사버렸던 것 같다. 드라마, 영화, 연예인이나 스포츠에도 큰 관심이 없어서 관련 잡지나 TV 프로그램은 거의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래도 최대한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접하려고 노력했다. 전공인 경제 경영 분야에서는 버블 경제의 붕괴에 관해 상세히 기록한 기자의 책, 변화하는 경영 전략 트렌드에 대한 책, 유튜브에서 찾은 기초 미시경제학 강의, 성공한 기업의 성공비결을 다룬 영상 등을 보면서 공부했다. 비즈니스 일본어에 관련해서는 비즈니스 매너에 관한 책, 비즈니스 메일을 쓰는 법을 다룬 책, 경어 트레이닝 북 등을 읽었다.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도 좋아해서 직접 애니나 만화를 보기도 했지만,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애니메이션 신작 발매 소식도 챙겨보고 성우 결혼 소식이나 논란 같은 간단한 뉴스 글도 재미있게 읽었다. 일본어 실력이 좀 늘고 나서는 애니 산업의 전반적 동향을 다룬 보고서, 흥행작 <귀멸의 칼날>의 성공 요인 분석글, 한국의 웹툰과 일본 만화의 경쟁과 성공 요인에 대한 글 등등을 읽으면서 관련 기업들과 산업 자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교환학생을 진지하게 고려하던 시기에는 일본 대학생의 대학생활과 자취방 구하기에 큰 관심이 있어서 부동산 관련 유튜브 채널도 보고 브이로그도 많이 보면서 관심사를 넓혀 나가려고 했다.  

 

자료의 특성 이해하기

교과서와는 다르게 책, 영상, 뉴스, 인터넷 글 등등 다른 매체는 각각의 특징이 있다.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전에 각 자료의 특성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뉴스와 애니메이션은 영상 자료로서 엄연히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고, 뉴스에서 형식을 갖춘 예의 있는 일본어를 배울 수 있다면 애니메이션에서는 주로 가볍고 친구끼리 말하는 말투를 배울 수 있다. 일반 대중들이 읽는 책과는 달리 전문서적은 특정 분야에서만 통용되는 용어나 생소한 개념을 다루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같은 종류의 TV 방송도 지역 방송이면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표준어만 사용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자료가 다른만큼 공부를 해서 얻을 수 있는 것도 당연히 다르다. 목적에 맞는 자료를 선택하고 각각의 특성에 주의하면서 공부하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말이 자연스러운지를 파악하는게 쉬워지는 것 같다. 나는 주로 조금 딱딱한 형식적인 말투는 뉴스나 신문 기사, 다큐멘터리 등을 참고했고 격식 없는 말투는 유튜브 영상이나 애니메이션을 참고했던 것 같다.

 

마무리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들인 노력에 비해 성과가 없으면 그것만큼 무력감이 드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앞으로도 공부의 방향성을 정하고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한 후에 앞서 언급한 사항들을 고려해서 나에게 맞는 공부 자료를 선택하면 공부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